미들타워 케이스는 조립 PC 시장에서 가장 애용되는 제품이다. 미들타워 케이스가 많이 쓰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장점은 누가 뭐래도 범용성이다. 즉, 부품을 선택하는데 제한이 별로 없으며 차후 업그레이드를 하는데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넉넉한 크기 덕분에 발열에 대비하기도 유리하며, 시장에 여러 가지 제품이 대량으로 유통되므로 구입도 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들타워 케이스 제품에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가장 큰 아쉬움은 바로 각 제품마다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하나의 제조사에서 여러 가지 제품들이 나올 경우,  색상이나 세부적인 디자인을 제외하면 거의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라면 겉 모양 뿐만 아니라 속까지 꼼꼼히 보기 마련이다. 여러 제품들이 언듯 보기에는 비슷해도 내부의 통풍구조라던가 확장성, 조립 편의성 등은 제법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실속 있는 내용에, 세련된 디자인과 적절한 가격까지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번에 소개할 쓰리알시스템의 'R120 TOP Model'은 조립 편의성이나 기능, 발열 대책에 힘을 기울임과 동시에, 외관도 신경을 쓴 제품이다. 값도 3만원 대 중반으로서, 크게 부담은 되지 않는다. TOP Model 이라는 이름 만큼이나 당당한 품질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R120은 실버와 블랙 컬러의 두 가지 모델이 시장에 나와있다. 하지만 실버 모델이라도 전면 커버의 가장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색상은 블랙 컬러다. 아무래도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블랙 컬러의 제품들이 인기이다 보니, 제품 전체를 실버 컬러로 처리하기 보다는 부분적으로 실버 컬러를 넣어 무난함과 개성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한 듯 하다. 물론 이는 두 모델을 구성하는 상당 부분의 부품을 그대로 공유하여 공정을 간소화 하고자 하는 의도도 보인다.

전면 커버의 하단에는 4개의 통풍구가 있으며, 통풍구는 세로로 길다랗게 4개 배열하여 디자인의 포인트를 주고 있다. 참고로, 테크노아에 입수된 실버 모델의 경우 통풍구 내부의 금속망이 검은색 이지만, 블랙 모델의 경우 빨간색의 금속망을 넣어 색다른 분위기를 준다.

통풍구의 위쪽, 전면패널의 가운데는 LCD 디스플레이와 4개의 조작버튼, 그리고 전원 버튼과 리셋 버튼이 있다. LCD에는 케이스의 내부에 위치한 센서에서 측정된 온도와 전후면의 120mm 쿨러의 회전 속도가 표시되며, 시스템의 전원을 켜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원과 하드 디스크의 동작 상태를 표시하는 LED가 따로 없는 대신, PC를 켜면 LCD 디스플레이 상에는 붉은 조명과 함께 강아지 마스코트가 달려가는 듯한 그림이 나오면서 전원 상태를 알 수 있고, 하드디스크의 동작상태도 이곳에 막대 그래프 처럼 표시된다. LCD의 주변에 위치한 4개의 버튼으로는 2개 팬의 속도를 각각 조절하거나 시스템 사용 시간을 리셋 할 수 있다.

실버제품이라도 전면의 5.25인치 베이와 광 드라이브의 커버는 블랙 컬러이며 빨간색의 로고로 포인트를 줬다. 4개의 5.25인치 외부 베이가 있는 반면, 3.5인치의 외부베이는 갖추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최근에는 3.5인치 베이에 주로 쓰이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쓰는 사용자가 많지 않다 보니, 제조사에서는 아예 이를 삭제하고 대신 그 자리에 LCD를 넣어 좀 더 깔끔한 디자인을 추구한 듯하다. LCD창을 일부러 분리한다고 해도 크기가 맞지 않아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는 넣을 수 없다. 일반적인 사용자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아직도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필요한 사용자나, 3.5인치의 내장형 멀티 카드 리더를 쓰는 사용자라면 외장형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다른 PC 케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R120의 내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후면에 각각 위치한 120mm 쿨러다. 일반적인 케이스에서 많이 쓰이는 80mm 쿨러에 비해 한 수 위의 냉각 성능이 기대된다. 또한 우측 면에는 CPU와 각종 확장카드들의 열을 배출하는 에어홀이 위치하며, 전면 쿨러와 CPU 위치의 에어홀에는 탈착 가능한 먼지 필터를 끼울 수 있어, 먼지의 유입을 막을 수 있고, 청소도 수월하다.

하드를 끼우는 3.5인치 내부 베이는 6개가 있는데, 상단의 2개는 일반적인 형태인 반면, 하단의 4개는 다른 케이스들과는 조금 다르게 하드를 집어넣는 방향이 측면으로 되어있다. 덕분에 하드를 넣거나 뺄 때 그래픽카드 등의 확장카드와의 간섭을 받지 않게 되었으며, 그와 함께 좀 더 큰 카드를 넣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이 외에도 케이스의 후면에는 각종 케이블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케이블 가이드가 붙어있으며, 도난을 방지하는 고리, 마지막으로 쉽게 풀고 잠글 수 있는 핸드 스크류를 사용해 편의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