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했던 AMD이지만, 최근 이런 AMD의 행보가 차츰 빨라지고 있다. 약 1년전, AMD는 ATI를 인수 합병하며 기존 AMD가 가지고 있던 CPU와 ATI의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칩셋을 모두 아우르는 핵심 플랫폼을 모두 갖추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AMD지만 그 동안의 모습은 다소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CPU 부문에서는 인텔의 콘로(Conroe) 아키텍처에 기반한 코어2듀오, 코어2쿼드 CPU에, 그리고 그래픽카드 부문에서 라데온 HD2000 시리즈는 보다 먼저 출시되어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엔비디아의 지포스8 시리즈에 비해 탁월한 성능 향상을 보여주지 못하며 엔비디아가 차지한 시장 점유율을 되돌리지 못었다.

하지만 합병 후의 어지러운 상황이 정리되며 최근 AMD는 차세대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하며 반격을 꾀하고 있다. 새로이 AMD가 발표한 스파이더(Spider) 플랫폼은 AMD와 ATI 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반증이다. CPU 부문에서는 네이티브 쿼드 코어방식의 CPU인 코드네임 페넘(Phenom) 코어의 아제나 9500/9600 CPU를 출시해 그동안 주춤했던 CPU 라인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메인보드 칩셋으로는 새로운 AMD 7 시리즈 칩셋을, 그리고 기존 HD2000시리즈에 비해 한 단계 발전한 HD300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출시하였다.

이 중 단연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RV670 코어를 사용한 그래픽카드 제품군인 라데온 HD3850/3870으로, 새로이 출시된 라데온 HD3000 시리즈는 경쟁사의 플래그십 모델에는 못 미치는 성능이지만, 다이렉트X 10.1 지원과 개선된 공정을 통한 저전력, 저발열을 앞세워, 성능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10만원대의 메인스트림급 제품군, 그리고 공백상태였던 20만원대 퍼포먼스급 제품군에서 각각 인기를 얻으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이런 HD3800 시리즈의 성공으로 인해 자신감을 얻은 AMD가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플래그십 제품인 지포스 8800 울트라에 맞설 대항마로 선택한 것이 바로 오늘 소개할 라데온 HD3870x2 제품이다.

라데온 HD3870x2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이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x2, 즉 2개의 라데온 HD3870 코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성능 향상을 얻기 위해 고성능의 단일 GPU를 사용하는 대신 2개, 또는 복수의 GPU를 사용한 이와 같은 방식은 보다 적은 기술적 부담을 통해 성능 향상을 꾀할 수 있어 예전부터 종종 사용되어 왔던 방식이다.

현재도 엔비디아에서 지원하는 SLI, 그리고 AMD의 크로스파이어와 같이 2장의 그래픽카드를 연결해 사용하는 방법은 이미 3D 그래픽카드의 초창기 시절 3dfx의 Voodoo2(부두2)에서부터 사용했었던 기법이다.

HD3870x2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1개의 그래픽카드 내에 다수의 GPU를 탑재하는 방법 역시, 최근의 엔비디아 7900/7950GX2와 AMD의 2600XT, X1950Pro의 듀얼버전에서 사용된 것 말고도 거슬러 올라가면 구 ATI에서 Rage 128 GPU 2개를 탑재한 Rage Fury MAXX를 출시했었으며 3dfx 역시 VSA-100을 사용한 Voodoo5 시리즈로 선보였었으니 역사를 따진다면 꽤 오래된 셈이다.

이미 작년 중반부터 라데온 HD3800시리즈에 사용된 RV670의 개발 소식과 더불어 RV670을 듀얼로 사용해 성능 향상을 꾀한 그래픽카드 제품에 대한 소문이 퍼지며 관심은 증폭되고 있었는데, 드디어 공개된 HD3870 x2가 과연 플래그십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 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