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와 ATI의 합병을 보며 당장 메인보드 통합 칩셋 시장에서 경쟁사였던 엔비디아가 바짝 긴장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AMD는 인텔과 전쟁 중이지만 결국 자사 CPU의 성공을 뒷받침했던 엔비디아와도 전쟁을 벌일 수 있지 않을까? 그 전쟁의 서막은 아마도 28일 공개된 AMD 690 칩셋이 열지 않을까 싶다.

엔비디아는 이미 엔비디아 지포스 6100이나 지포스 6150을 내놓으며 통합 칩셋 시장에서 AMD를 든든히 후원하고 있었다. 엔비디아의 경우 AMD 플랫폼용으로 VIA나 SiS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품성 높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통합 칩셋 시장에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28일 AMD는 공식적으로 AMD 690 칩셋을 발표했다. AMD가 지난해 엄청난 돈을 들여 ATI를 인수한 것은 결국 CPU와 GPU가 만나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시너지를 생각했기 때문이며, 그중에는 AMD 마크가 달린 AMD 메인보드 칩셋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픽 기능까지 포함한 통합 칩셋의 경우 그 시너지가 더욱 더 커지지 않을까?

호환성이나 성능, 편의성 등은 앞으로 테크노아의 리뷰를 통해 검증하겠지만 28일 열렸던 AMD 690 칩셋 발표회에서 발표한 AMD 690 칩셋 메인보드들은 분명 매력이 있는 제품들이었다. 그간 시장에 등장했던 통합 칩셋 메인보드가 가지고 있던 모든 단점을 한방에 날려버린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새로운 AMD 690 칩셋의 특징은 기능과 성능 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AMD 690 칩셋은 아주 괄목할만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LCD 모니터를 위해 DVI 출력을 지원할뿐만 아니라 새롭게 각광받는 통합 연결 방식인 HDMI도 지원한다. 여기에 RGB 출력까지 더해 듀얼 디스플레이가 구현될 뿐만 아니라 별도의 그래픽 카드를 장착한다면 최대 4개까지 멀티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다.

3D 성능 또한 기능만큼이나 괄목할만한 것이어서 3D성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3D 게임에서 엔비디아나 인텔의 통합 칩셋에 비해 탁월한 성능을 보일 예정이다. 또, 3D 성능이나 그래픽 파워가 중요한 이슈로 작용하게될 윈도우즈 비스타에서도 통합형 칩셋에서 만날 수 있는 장벽이 모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 다이어그램은 이번에 발표된 AMD 690 칩셋 메인보드의 전체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스펙은 여타의 통합 칩셋과 동일하지만 그래픽 쪽으로 상당수가 특화된 것을 볼 수 있다. AMD 690 칩셋 메인보드는 원칩 플랫폼은 아니며, 사우스브릿지로 SB600 칩셋을 별도로 장착하게 된다.

일반 유저들 입장에서 본다면 DVI 출력을 지원하지 않는 통합 칩셋 메인보드는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CRT 모니터를 새것으로 구입하는 유저는 거의 없고 대부분 19~24인치 규격의 LCD 모니터를 사용하게 되는데 LCD 모니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DVI 연결이 필수다.

이런점에서 볼때 AMD 690 칩셋(정확히는 AMD 690G 칩셋)이 DVI 출력을 기본 장착했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이면서 합리적인 선택이라 볼 수 있다. 특히 HDMI 출력을 지원하는 것은 2007년 활성화될 블루레이 디스크나 HD-DVD와 같은 *HD 플랫폼에서 매우 환영받을만한 것이다.

*블루레이 디스크나 HD-DVD의 HD 영상이나 음성을 PC에서 출력하기 위해서는 꽤 높은 사양의 PC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영상의 경우 1080P(1920x1080 해상도)의 데이터를 디코딩해야 하므로 높은 클럭의 CPU가 필요하며 음성의 경우 5.1채널 모두 CD 음질과 같이 압축되지 않은 무손실 음향을 들을 수 있는데 돌비 트루 HD나 DTS-HD와 같은 포멧이 이것이다. 이들 음향은 HDMI 1.3에서만 제대로 출력되기 때문에 HDMI의 버전이 중요하다.

특히 이전 ATI 칩셋 메인보드에서 선보인 적이 있는 서라운드뷰 기능이 기본 탑재된다. 서라운드뷰 기능은 AMD 690 칩셋에 내장된 듀얼 그래픽 출력과 별도의 PCI 익스프레스 슬롯에 장착할 수 있는 그래픽 카드의 듀얼 그래픽 출력을 모두 한꺼번에 출력해 최대 4개의 디스플레이를 멀티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일반 유저들의 경우 디스플레이 장치가 2개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오피스 환경으로 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증권업계와 같이 다량의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환경에서 AMD 690 칩셋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해준다. 과거 매트록스에서 3개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제품들이 나왔고 실제로 이 제품들은 증권 업계에서 인기가 많았다. AMD 690 칩셋은 이들 시장까지 커버할 수 있는 잠재적인 기능까지 가지고 나온 셈이다.

통합 칩셋에서 기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내장된 그래픽의 3D 성능일 것이다. 통합 칩셋이 별도의 그래픽 카드를 위한 PCI 익스프레스 커넥터를 지원하기는 하지만 애시당초 그래픽 카드 없이 사용할 것을 가정해 출시되는 제품임을 생각해본다면 3D 성능만큼 중요한 고려 대상도 없다.

AMD 690 칩셋의 3D 성능이 기대되는 것은 3D 성능을 탑재하기 위해 AMD가 별도로 개발해낸 코어를 탑재한 것이 아니라 바로 ATI의 레이디언 X1250/X1200을 탑재했다는 데 있다. 시작은 언제나 혼란스럽고 둔탁하며 무수히 많은 버그에 직면하게 되는데 AMD 690 칩셋은 그럴 가능성이 없으며 오히려 발표 자료를 보면 경쟁 제품인 엔비디아의 6100이나 인텔 G965를 앞서고 있다.

사실 통합 칩셋에서 3D 성능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큰 무리가 있다. 단독 그래픽 카드와 같은 물량이 투입될리도 없고, 메모리마저 메인 메모리와 공유해 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제 하드웨어의 성능 뿐만 아니라 최신 3D 게임과의 호환성이나 드라이버 지원과 같은 부수적인 요소가 3D 게임 성능을 높이는 열쇠가 되기도한다. AMD 690 칩셋 메인보드의 3D 성능에 대해서는 곧 올라올 실제 제품들의 리뷰를 통해 자세히 전할 예정이다.

AMD 690 메인보드는 690G와 690V 두가지로 출시된다. 690G는 ATI 레이디언 X1250 그래픽 코어가 탑재되었으며 HDMI와 DVI 출력이 가능하다. 690V는 이보다 낮은 사양으로 레이디언 X1200 그래픽 코어가 탑재되며 HDMI나 DVI 출력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제 곧 AMD 690 시리즈의 실제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ASUS, MSI, 기가바이트, 폭스콘, ECS, 셔틀, Asrock과 같은 대부분의 메인보드 회사에서 AMD 690 칩셋 메인보드를 출시하게 된다.

AMD 690 칩셋의 발표로 2007년 통합 칩셋 시장은 인텔, 엔비디아 그리고 AMD 이들의 삼파전으로 전개될 확률이 높아졌다. 일반 유저들의 경우 '3D도 있으나 마나하고 확장성도 떨어지는 통합 칩셋을 얼마나 쓰겠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대규모 사무실이나 교육기관에서 혹은 저렴한 PC가 쓰여질 많은 곳에서 더 싸고 더 많은 기능을 담은 통합 칩셋 메인보드는 분명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번 AMD 690 칩셋은 기존 ATX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곧 AMD의 DTX 플랫폼에 적용되어 통합 PC, 미니 PC 시장을 노리는 AMD의 야심(?)을 제대로 구경하거나 체험할 수 있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