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Radeon 8500 이후 시장에 이렇다할 후속타를 내놓지 못했던 ATI가 근 1년만에 출시한 R300 코어의 Radeon 9700 Pro는, 최초의 DirectX 9 기반의 그래픽 카드로서, 그 강력한 성능은 그간 개인용 3D 가속기 시장의 황제로 불리우던 nVIDIA GeForce4 Ti4600을 훌쩍 뛰어넘으며, 가히 최고의 그래픽 카드로 찬사를 받고 있다.

ATI의 새로운 R300 GPU는 GPU로선 최초로 1억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내장하고, 8개의 픽셀 파이프 라인과 버텍스 쉐이더 엔진, 그리고 픽셀 처리성능이나 메모리 대역폭에서 GeForce4 Ti4600의 두 배에 이르는 스펙등 굳이 하드코어 3D 게이머가 아니더라도, 정말 탐나는 스펙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렇듯, 최고의 스펙으로 무장한 Radeon 9700이지만, 사실 50만원을 호가하는 이 제품은 그 가격 때문에 선뜻 구입을 결정할 만한 제품은 아닌데, 실질적으로 대책없는 한방을 지르고 한달간의 라면신공을 버틸 용기가 없는 대부분의 사용자들(필자 포함)에겐 그저 10만원대 전후의 중/보급형 그래픽 카드가 만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 제품말고 현재 용산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그래픽 카드는 어떤 제품일까?..

부두 3의 가치?

아마도 대다수의 독자들이 5만원 전후에 팔리고 있는 GeForce2 MX 200/400 정도를 떠올렸을 것인데, 위에서 보는 것처럼 용산에는 아직도 부두 3가 2만원대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GeForce4와 Radeon 9X00 대의 그래픽 카드가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사조차 없어진 부두 3를 누가 사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제품이 활약하던 3년여전의 그래픽 카드들의 성향을 생각해 본다면, 이미 만족스런 2D 성능과 DirectX 6, OpenGL, Glide등의 API를 통한 3D 가속, 동영상 감상을 위한 MPEG-1 가속기능과 TV-Out을 지원하기 때문에, 화려한 3D 성능이 필요치 않은 사용자이거나, 혹은 서브급 PC에 물려 간단한 3D 게임과 인터넷 정도를 활용할 목적이라면, 가격에 비해 그다지 나쁘지만도 않아 보인다.

여하튼, 이번 기사는 현재 용산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제품과 최고가의 제품을 몇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벤치마크 해보자는 것이고, 그 결과는 뻔한 속도차와 3D 품질등으로 나타날테지만, 그간 그래픽 카드의 발전을 짚어볼 겸 기획해 보았으니, 독자들은 그저 심심찮게 읽어주기 바란다.

Radeon9700 Pro vs 부두 3

현재 용산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싼 제품과 가장 비싼 제품과의 사양을 먼저 비교해 보도록 하자.

가격을 떠나 웃음이 나올지도 모르는 두 제품의 사양차는, 혹자가 말한 5년 주기의 GPU 발전 속도가 무색해질 정도로 차이가 나고 있다. 현재 GPU의 트랜지스터 집적율이나 기타 성능 발전이 이미 프로세서의 발전속도를 넘어서고 있으니, 3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짧지많은 않았던 것이다.  

우선, 두 제품은 GPU의 구조와 제작 공정에 큰 차를 두고 있는데, Radeon9700 Pro(R300)를 비롯한 근래의 GPU들이 대부분 256비트 아키텍쳐를 택하고 있으니 구조면에서 부두3의 그것이 분명히 한세대 이전의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GPU의 발열과 생산성등에 큰 작용을하는 제작공정에 있어 두 제품은 0.1 ㎛이나 차이가 있고, 집적된 트랜지스터의 수도 10배가 넘는다. 또, GeForce 이후 그래픽 카드에 채용된 DDR 메모리가 현재 그래픽 카드에는 기본 채택되고 있으며, 메모리의 용량 또한 부두3가 처음 데뷔했을 당시의 시스템 메모리에 필적하고 있다. SGRAM 또는 SDRAM이 주로 사용되던 3년전 비디오 메모리의 타잎도 이젠 크기과 발열을 크게 줄인 2ns 속도의 마이크로 BGA 타잎으로 변화되었고, 동작클럭에 있어서도 코어는 대략 두배가, 메모리 클럭은 DDR 메모리의 영향으로 세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아울러, DirectX 7.0, 그래픽 카드로 따진다면 nVIDIA의 GeForce2와 함께 등장한 '하드웨어 T&L'의 지원유무가 현재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의 픽셀&버텍스 쉐이더 지원 이상의 효용성을 갖을 터인데, 부두3는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그 이전의 D3D 버전을 기초로 제작되어 근래 '하드웨어 T&L'을 근간으로 한 게임에서는 실행조차 불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겠다(실제로, 스파이더맨등의 게임은 구동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성능은?..

그래픽 카드에 가속기의 개념이 부여된 것은 애당초, PC에 GUI를 도입한 Windows의 영향이 컸다. 이를 통해 당시 그래픽 카드 제조사들은 2D 가속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Win 95 시절 이미 2D 속도와 품질등은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2D와 MPG-1 동영상 재생의 황제로 군림하던, ET6000의 동작 클럭이 10MHz 대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부두 3와 Radeon 9700Pro의 2D 가속성능을 비교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또, 64MB의 비디오 메모리가 일반화된 실정에서 16MB에 머무른 부두 3의 메모리는 상대적으로 고해상 2D 작업조차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현재의 모니터가 지원하는 모든 해상도에서 풀컬러를 지원하고도 남는 정도의 양이며, 내장된 RAMDAC 역시 350MHz에 달하기 때문에 충분한 고해상도의 작업환경에 전혀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Radeon 9700 Pro가 두 개의  RAMDAC을 내장해 듀얼 디스플레이 환경 구성이 가능한 반면, 부두3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최근 가정에서 PC의 홈씨어터화가 인기를 얻고 있는 과정에서 2만원대의  부두3는 훌륭한 활용도를 부여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TV-Out 단자를 갖춘 모델에 한한 것으로, Radeon 9700Pro와 같은 DVD 하드웨어 가속기능은 없지만, 적당한 용량으로 코딩된 DIVX등의 재생에는 무리가 없다. 부두 3는 이미 충분한 품질의 동영상 재생 기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스템 프로세서에 따라 부두 3를 이용한 만족스런 홈씨어터 구성이 가능할 수 있으며, 그 성능은 대략 현재 시중의 그래픽 코어 내장 보드 정도와 동등한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