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PowerVR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필자가 느끼는 최근의 그래픽 카드 시장의 분위기는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가 전반적으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전처럼 다양한 밴더의 각축장도 아니고, '모 아니면 도' 인 것처럼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재품의 폭도 너무 좁아졌다. 그나마 시장에서 살아 남아서 nVIDIA 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제품은 Radeon 시리즈 정도이며, G800이나 부두의 VSA-100에 대한 미래는 이제 점치기 조차도 어려워져 버린 것이 그 주된 이유이다.

그런데, 최근 허큘리스사에서 재미있는 물건이 하나 나왔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던 PowerVR 아키텍처를 사용한 KYRO II 칩셋을 장착한 Prophet 4500이 바로 그 제품이다. 현재 이 제품은 145불이라는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과 함께 곧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제품 자체만으로 따진다면 nVIDIA 의 GTS 2 시리즈와 바로 경쟁할 수도 있는 가격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과연 PowerVR 제품이 어떠한 특징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제품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가능하면 PowerVR 의 미래까지 점쳐보는 시간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PowerVR 아키텍처는 PC 사용자들에겐 그렇게 생소한 하드웨어가 결코 아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부두 1 시절에 존재했던 Matrox 의 m3D 애드온 그래픽카드를 기억하고 계시는가? 바로 이 제품이 PowerVR 의 가장 첫번째 제품이었다. 부두 1과 비슷한 가격으로 동일선상에서 경쟁했던 이 제품은 그 작은 크기로(?) 주목 받았었다. 물론 이 제품은 Videologic 에도 나왔으며 제품의 공식 명칭은 Apocalypse 3D 였다. 제품에 사용된 칩셋의 정식 명칭은 PowerVR PCX2. 성능은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셨겠지만 무척 CPU 파워 지향적이었으며(-_-;) 부두 1 보다는 성능이 많이 떨어졌다(놀랍게도 아직도 이 제품은 매트록스 사이트에서 19.99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잘 찾아보면 15불에도 살 수 있는 곳이 있다. 출시 당시에는 115불의 가격을 자랑했었다).

PowerVR PCX2는 부두 1의 Glide 와 경쟁이라도 하듯이 PowerSGL 이라는 전용의 API 를 가지고 있었다. 이 칩셋은 일본의 NEC 가 영국의 비디오로직에 일종의 외주를 주어 제작한 칩셋이었고, 칩셋 위에는 NEC PowerVR PCX2라는 로고를 박아 놓았다. PowerVR PCX2 가장 큰 문제점은 타일랜더링 기반의 엔진이었음도 불구하고 타일소팅 프로세싱을 CPU 의 파워에 의존한다는 것이었다. 즉, PCX2 칩셋의 요구사항이 펜티엄 클래식 프로세서 166MHZ 였음에도 불구하고 200MHZ 이상이 아니면 만족스러운 성능이 나오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PowerVR 의 첫 제품 매트록스의 m3D

이 칩셋은 일본의 NEC 와 영국의 VideoLogic 이 공동으로 개발했는데, 당시로는 어떻게 본다면 PowerVR 진영의 일본의 자존심 같은 것으로 세가나 남코 등의 아케이드 게임 회사 역시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국가적(?)으로 대단히 밀었던 아키텍처였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듯이... m3D 라는 카드는 대단한 실망을 던져주었던 카드 였으며 이것은 비디오로직의 아포칼립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당시 남코의 레이브레이서나 세가의 버철온이 구동되었던 카드로 나름대로의 사용자층을 모으기도 했다. 물론 당대의 최고 카드로 염문(?)을 뿌렸던 부두 1에 밀려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는 점은 많은 분들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PowerVR 2 칩셋이 사용된 Neon250 그래픽 카드

PowerVR 을 뒤로 하고 다음 세대로 나온 칩셋이 바로 PowerVR 2 였다. 이 칩셋은 역설적으로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칩셋이었는지 모른다. 물론 PC 기반은 아니고 바로 콘솔 기반의, 세가의 야심찬 게임기였던 드림캐스트의 핵심 칩셋으로 쓰였기 때문이었다. 이 칩셋은 전작과는 달리 타일 소팅을 CPU 에 의존하지 않고 칩셋 내부에 자체적으로 소팅 엔진을 내장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때문에 보다 CPU 에 덜 의존적인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칩셋의 성능만으로도 부두 2에 필적할 만한 평가를 받았지만, 이 칩셋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이것은 단지 칩셋의 성능이나 결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반도체의 칩셋 공정과 관련된 문제였다.

즉, .35 미크론 공정이 아니라 .25 공정으로 제조되기로 약속한 이 칩은 당시의 반도체 생산 기술로는 역부족 이었으며 이 문제 때문에 PowerVR 2는 칩셋 자체의 출시 시기가 99년 8월까지 밀리게 된다. 몰론 이 칩셋도 영국의 비디오로직을 통해서 생산되었던 제품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 시기는 부두2, 부두3, TNT2 등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던 시기였으며 제품의 공식적인 출시 이후에도 이 제품을 상품화 할려는 벤더가 없었다. 가격조차 칩셋 1개당 160불 선이었고, 비디오로직의 NEON 250 제품 조차 빛을 보지 못한채 몇몇 벤치마크 사이트에서 그 제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PowerVR 2 칩셋이 사용된 일본 세가의 드림캐스트 게임기

개인적으로 평가해도 NEON 250이 당시의 제품들보다 성능상에 있어서 떨어지는 점은 없었지만 높은 가격과 낮은 인지도, 마케팅의 실패 때문에 PC 시장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물론 드림캐스트라는 차세대 콘솔의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현재까지 200만대 이상이 판매되긴 했지만, 결국 드림캐스트 역시 실패한 콘솔로 남게 되었으며, 최근 생산되는 여타의 그래픽 카드에 비해서 필레이트나 폴리곤 생성능력에서 이렇다할 특이점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전술했던 바와 같이 PowerVR 2칩셋의 경우 드캐의 콘솔과 아케이드 기판인 나오미 제품 등에 쓰이면서 그 능력을 어느정도 인정받기도 했다.

여하튼, 이런 혼란속을 뒤로 하고 마지막에 나온것이 현재의 PowerVR 3 이다. PowerVR 3의 특징적인 부분 중에 하나는 이전 제품들이 비디오로직의 자체 생산 공정에서 제조된 것이었다면 PowerVR 3는 STMicro(톰슨)사가 개발을 맡았다. 물론 비디오로직은 PowerVR 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였으며 효과적인 시장 진입을 위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혈이라고 할까? PowerVR 3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고 계시듯이 KYRO(카이로)라는 코드명으로 명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