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펜티엄 4의 신기술

1. P6 코어의 한계, 그리고 인텔의 딜레마

글/일러스트 : 김홍철 / muphy@technoa.co.kr

인텔 펜티엄 4 프로세서

P6 코어의 한계

AMD의 애슬론이 등장할 당시 AMD는 최초의 7세대 프로세서라는 슬로건으로 Athlon의 열풍을 이끌어냈으며, 이것은 충분히 성공적이어서 지금도 Athlon의 강세는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최고속의 프로세서를 제작하는 회사'라는 인텔의 왕좌도 AMD에 내주고 말았다. 이는 전적으로 인텔의 펜티엄 III 프로세서가 처한 'P6 코어의 한계'에 기인한다.

인텔의 프로세서를 살펴보면 1세대인 8088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6세대 프로세서에 이르고 있다. 이 중에서 펜티엄 프로부터 시작하여 펜티엄 II와 셀러론, 펜티엄 III가 모두 6세대 프로세서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모두 P6 마이크로 아키텍쳐를 채택한 프로세서들이다. 다만 프로세서 코어의 제조공정과 클럭 스피드, 캐시의 용량 및 속도에서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실제로 이들은 물리적인 인터페이스가 다르기는 해도 핀 구성은 거의 유사하다.(물론 펜티엄 프로에 사용된 소켓8과 Xeon 등에 사용되는 슬롯2는 슬롯1/소켓370과 완전히 다른것이 아니냐라는 사용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기 펜티엄 II에 사용된 메인보드는 라이저카드를 사용해서 펜티엄 프로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슬롯2에는 별도의 어댑터를 사용해서 슬롯 1 타입 프로세서를 장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모든 플랫폼은 기본적으로는 거의 같은 구성이지만 인터페이스의 모양만이 틀린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P6 코어는 1995년 이후로 코어 자체의 아키텍쳐에는 변함이 없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성능의 향상을 위해서 MMX나(펜티엄 II), SSE(펜티엄 III) 등을 적용하고 캐시의 용량과 속도를 증진시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지만 이제는 코어 자체의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우선, 더이상의 클럭 향상이 어렵다. AMD가 먼저 1GHz의 클럭을 달성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AMD의 애슬론에 사용된 코어는 물론 P6 코어와 유사한 면도 있지만 9개의 파이프라인이 적용되어 있는 등 기존의 P6 코어에 비해서 상당부분 진보해 있다. 그래서 AMD는 7세대 프로세서라고 주장한 것이다.(좀 엄격히 보자면 7세대 프로세서로 간주하기는 어렵고, 6.5세대 정도로 보는것이 옳다.) 결국 애슬론은 보다 높은 클럭을 달성하는데에 있어서 애초에 펜티엄 III보다는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펜티엄 MMX프로세서가 데스크탑 시장에서 233MHz로 끝을 맺은 것은 펜티엄 II 프로세서의 시장진입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그 이상의 클럭향상을 위해서 투자할만한 가치가 없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삼을 수 있다. 이제 1.1GHz가 넘어가는 지금, 펜티엄 III 프로세서와 P6 코어라는 것은 그 한계를 맞는것이다. 인텔이 1GHz의 프로세서를 AMD보다 늦게 출시하였고, 또한 출시했다 하더라도 판매시기는 더더욱 늦었으며, 1.13GHz 제품의 경우는 출시 후 리콜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일련의 사태들은 이러한 P6 코어의 한계도달과 무관하지 않다. 현 시점에서도 1GHz 이상의 프로세서는 제품 수율이 낮아서 시장에서 찾아보기가 대단히 어렵고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가격대가 동클럭의 애슬론에 비해서 매우 높다.

또한, 설혹 클럭의 향상이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성능의 향상이 뒤따라주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현재 펜티엄 III 프로세서의 클럭은 1GHz가 넘었으며, 비록 리콜이 되기는 했지만 1.13GHz의 제품도 개발된 상태이다. 그러나 FSB 쪽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13GHz라는 것은 133MHz의 FSB를 적용해도 8.5배라는 매우 높은 멀티플라이어를 필요로 한다. 프로세서와 메모리/노스브릿지간의 성능격차가 더욱 심해지는 상황은 시스템의 전체적인 퍼포먼스의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불합리한 모습이다. 펜티엄 II를 예로 들면 66MHz의 FSB를 사용하다가 배율이 5를 넘어가면서부터 6 이상의 배율을 사용하게 되면 성능향상폭이 점차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고려하여 FSB를 100MHz로 향상시켰고, 마찬가지 맥락에서 펜티엄 III 프로세서는 배율이 6이 되는 시점에서 133MHz의 FSB가 등장하였다. 하지만 이제 배율이 10을 바라보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더욱 높은 FSB를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인텔의 딜레마

인텔 프로세서의 판매가 AMD의 프로세서에 비해서 부진한 이유에는 인텔 프로세서가 가지는 심각한 딜레마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 펜티엄 프로가 판매되던 때를 생각해 보면 펜티엄 프로는 서버/웍스테이션용 프로세서로, 펜티엄 MMX는 일반사용자용/게임용 프로세서로 그 목적과 성능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었다.(혹자는 펜티엄 프로를 실패작이라고 하지만 당시의 프로세서로써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는것이 바로 펜티엄 프로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결코 실패작이 아니다. 서버시장만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최고의 성공작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펜티엄 II와 셀러론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같은 코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캐시에서의 성능차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펜티엄 II나 셀러론이나 엇비슷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인텔의 입장에서 이것은 대단히 큰 딜레마로 작용한다. 셀러론이 펜티엄 II의 시장을 위협하는 것이다. 셀러론이라는 재품군을 없애거나 혹은 셀러론의 성능을 대폭 떨어뜨리면 물론 펜티엄 II의 시장이야 확보되겠지만 저가형 프로세서 시장을 경쟁사에 그냥 내어주는 꼴이다. 그렇다고 셀러론의 FSB 제한을 풀어서 보다 높은 성능을 구현하자니 펜티엄 II가 판매되지 않게 된다. 셀러론과 펜티엄 II는 판매 가격의 차이만큼이나 실질적인 이득의 차이도 크기 때문에 인텔의 입장에서 펜티엄 II의 시장을 내어줄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인텔이 안고있는 딜레마이며, 바로 셀러론의 FSB가 지금까지도 66MHz로 고정되어서 고성능화에 커다란 걸림돌을 지고 가야만 하는 이유가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인텔에게 필요한 것은 P6 코어를 사용한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마이크로아키텍쳐를 사용하여 기존의 제품군과 성능과 스펙 면에서 완전히 차별화를 둠으로써, 유사한 성능과 코어 방식으로 인해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프로세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