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 넷버스트 마이크로아키텍쳐
지난 95년 펜티엄 프로 프로세서와 함께 처음 발표된 P6 아키텍쳐는 이후 인텔제 프로세서의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펜티엄 II, 셀러론, 펜티엄 III나 최신의 카퍼마인 코어 대응 셀러론 프로세서 등이 모두 발표된지 5년이 넘어가는 동일 아키텍쳐에 근간한 것이다. 지난 2월의 춘계 IDF를 통해서 알려진 바와 같이, 펜티엄 4 프로세서는 최초로 P6 아키텍쳐를 채택하지 않은 IA-32 프로세서이다.

현재, 이 아키텍쳐는 최근의 인터넷 지향의 네이밍 센스를 반영이라도 하듯 인텔 넷버스트(NetBurst) 아키텍쳐로 공식명칭이 확정되었다.

■ 하이퍼파이프라인 테크놀러지
넷버스트 아키텍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으로는 인텔이 하이퍼파이프라인 테크놀러지(Hyper Pipelined Technology)로 명명한 것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펜티엄 4의 20스테이지짜리 대규모 파이프라인에 인텔이 뽀다구나게 명칭을 갖다붙인 것이다. 20스테이지 파이프라인이라면 P5 아키텍쳐의 5스테이지짜리에는 4배, 펜티엄 III 대응의 P6 파이프라인의 10스테이지의 2배에 달한다. 파이프라인의 대형화는, 일전에도 설명한 바 있는 것처럼,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이 20스테이지짜리 파이프라인의 도입으로 인해 펜티엄 4는 프로세서 코어의 다이면적을 당장 줄이지 않더라도 바로 하이클럭스피드를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펜티엄 4 프로세서의 초기클럭이 1.4GHz 이상인 것도 이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클럭스피드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가서 다시 다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클럭스피드의 이면에는, 펜티엄 4가 20스테이지짜리 파이프라인의 도입으로 인해 IPC(Instructions Per Clock; 클럭당 처리명령어 개수) 값이 낮아졌다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IPC 수치가 낮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IPC 수치가 높은 프로세서와 비교했을 때 동일시간당 처리량이 낮아짐을 의미한다.

물론, IPC가 낮아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핸디캡을 보상할 만한 몇가지 기법은 존재한다. 가장 간단한 해법은 클럭스피드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인텔이 이미 이 기법을 채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1GHz 펜티엄 III를 가상의 1GHz 펜티엄 4 프로세서와 벤치마크 테스트를 돌린다면, 펜티엄 4보다 높은 IPC의 펜티엄 III 프로세서가 성능이 우수할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펜티엄 4 프로세서가 시장에 출시되는 시점을 생각해 보면, 펜티엄 III의 최고클럭은 1.13GHz선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발매초기 2가지 정도의 클럭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펜티엄 4 프로세서의 경우 (인텔의 공식발표로는 1.4GHz 이상이라고 하지만 이미 2월의 춘계 IDF에서 1.5GHz 모델이 시연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라) 두 모델간의 클럭격차가 어느정도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CPU는 파이프라인의 효율을 재고하기 위한 일환으로 다음번 사이클에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를 예측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를 BTP(Branch Tree Prediction)이라고 한다. 프로세서가 다음번 사이클에서 필요할 것으로 점찍었던 데이터가 정말 요청되는, 즉 예측이 정확한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없이 착착 다음순번의 사이클이 진행되지만, 그렇지 못하고 예측이 빗나간 상황에서는, 프로세싱 사이클이 전체 파이프라인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10스테이지 정도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프로세서에서는 20스테이지짜리 파이프라인 대응의 프로세서보다 예측오류의 경우에 가해지는 페널티가 적은 편이다. 파이프라인이 길수록, 예측이 빗나간 분기로 다시 거슬러올라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데 훨씬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이렇듯 대규모 파이프라인이 안고 있는 두 번째 문제점은 파이프라인이 짧은 경우보다 분기예측 오류가 갖는 리스크에 있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편으로, 넷버스트 아키텍쳐에는 대형화된 파이프라인의 도입으로 인한 부담을 완화시키는 몇가지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 고속실행엔진
전의 원고에서 다루었던 바와 같이, 펜티엄 4의 ALU(Arithmetic Logic Unit)는 코어클럭 주파수의 2배의 속도로 동작한다. 이는 1.4GHz 펜티엄 4의 경우 당 ALU는 2.8GHz로 동작하며, 1.5GHz 펜티엄 4 프로세서에서는 3.0GHz라는 놀라운 속도로 동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텔에서는 이 기능을 별도로 고속실행엔진(Rapid Execution Engine)으로 명명하고 있다.

당초 고속실행엔진으로 인해 펜티엄 4의 정수연산성능은 대폭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 바 있으나, AnandTech에서 인텔과 최근 토의한 바에 따르면 코어클럭의 배의 속도로 정수ALU 클럭킹이 되는 까닭은 넷버스트 아키텍쳐의 낮은 IPC 수치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성능수치를 당장 공개할 수는 없지만(실제 CPU가 출시되기까지는 발표할 수 없다), 고속실행엔진의 존재는 아무래도 펜티엄 III보다 정수연산성능에 있어서 펜티엄 4의 우위를 다지기 위한 것 같다.

이미 지난 춘계 IDF에서 공개된 이러한 2X ALU 클럭킹에 대해 사람들이 가졌던 가장 큰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어째서 이러한 ALU 클럭킹을 바탕으로 3GHz 클럭이라고 광고하지 않는 것인지, 그리고 통상의 ALU 클럭킹을 갖는 버전과 2X ALU 클럭킹의 차별화를 굳이 하려 들지 않는가에 대한 것이었을 것이다. 인텔 역시 실제로 그러한 마케팅을 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 2X ALU 클럭킹은 단순한 넷버스트 아키텍쳐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