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화와 성능향상

큰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데스크탑용 하드디스크의 소형화라는 것은 성능향상을 위한 일종의 방편으로 보아야 한다.(여기서, 데스크탑용이라고 한정지은 까닭은, 노트북용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소형화는 성능향상보다는 소형화 그 자체와 저전력소모를 위한 노력이 더 크게 들어가고 있어서이다.) 앞서 언급한 세가지 성능향상의 요인과 소형화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1. 레이턴시와 RPM

레이턴시를 줄이기 위해서는 RPM의 고속화가 가장 절대적인 명제임은 앞서 밝힌 바 있다. 이는 전송률의 향상과도 직결된다. 그래서 속도의 향상에 가장 우선되는 절대명제는 스핀들모터의 고성능화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화에는 여러가지 난점이 따라붙는다. 우선, 고속의 스핀들모터는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여기서 소모되는 전력은 고스란히 열로 빠져나가야 하기에 하드디스크의 고온화에 일조하여 안정성의 저하를 불러일으킨다. 또하나는 진동의 문제이다. 이에 따르는 부수적인 문제로써 소음도 있다. 진동과 소음의 감소는 스핀들 모터 자체의 물리적 구조 개선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동압유체베어링은 그러한 연구의 결과물로써 나온것이다.

이 모든 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 바로 플래터의 소형화이다. 플래터가 작아지면 플래터 자체의 중량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회전해야 하는 미디어의 반경 역시 줄어들어서 전체적인 회전모멘트가 감소한다. 이는 모터에 가해지는 부담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어서 기존의 하드디스크들과 같은 전력을 소모하는 모터로도 높은 RPM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15,000RPM을 구현하는 시게이트사의 치타 X15의 경우 기존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들과 동등한 수준의 전력만을 소모한다. 18GB의 용량을 가지는 10,000RPM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인 차타 18XP 모델의 경우 9.5W의 전력을 소모하는데, 15,000RPM의 차타 X15의 경우 10.7W의 전력만을 소모한다. RPM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전력소모인데, 이는 플래터의 소형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

왼쪽이 차타 18XL, 오른쪽이 치타 X15.
X15 쪽의 플래터가 약간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 Copyright by Seagate 

다른 하드들보다 베이스의 두께가 두껍고 그만큼 플래터가 작아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높은 RPM을 얻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며 이것은 레이턴시를 최소화한다는 목적과 직결되고 있다.

2. 검색속도

플래터의 소형화는 검색속도의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다. 많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아래의 일러스트를 보면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

왼쪽은 큰 플래터에서의 억세싱을, 오른쪽은 작은 플래터에서의 억세싱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느쪽이 더 신속하게 억세싱이 될 것인가는 자명하다.

플래터가 작아지면 풀 스트로크의 억세싱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물론 헤드 암이 짧아지는 만큼의 이득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서 위와같은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평균 억세스 타임이 어느정도 줄어들게 되며, 이는 빈번한 억세싱이 일어나는 상황에서의 성능향상과 직결된다. 그래서 기존의 최고속 하드디스크들이 5.5ms대의 억세스타임을 가졌던 것에 반해서 치타 X15는 4ms 이하의 경이로운 억세스속도를 보인다.

원가절감을 위해서 5.25"로 돌아섰던 퀀텀의 하드디스크 정책이 플래터의 크기를 키우기보다는 차라리 RPM을 낮추는 쪽으로 선회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5.25"의 플래터를 가지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는 플래터당 용량이 커서 원가를 절감할 수는 있었지만 지나치게 느린 검색시간을 가짐으로 인해서 전체적인 성능의 저하가 지나치게 컸다. 그래서 이보다는 RPM을 희생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의 퀀텀사의 저가형 모델들은 타사의 제품들보다 약 1,000RPM 정도 낮은 4,400RPM의 속도만을 가진다. 이는 스핀들 모터의 부담을 줄여서 전력절감을 이루고, 또한 발열을 낮추는 등의 효과도 가져오지만 이보다는 성능의 저하가 적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원가의 절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다.

3. 기록밀도

기록밀도는 플래터가 작아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기록밀도가 낮을 경우 동일용량을 담기 위해서 많거나 넓은 플래터를 필요로 하며, 이는 하드디스크의 소형화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개념이 된다. 높은 기록밀도는 적은 플래터 수만으로도 높은 용량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플래터 수의 감소와 RPM의 증가, 그리고 하드디스크 자체의 크기축소에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플래터의 회전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기록밀도를 높이기는 매우 어려워서 현재 10,000RPM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들이 가지는 최고의 기록밀도는 장당 6GB 정도이다. 15,000RPM 제품군의 기록밀도는 장당 3.6GB에 불과하다.(이는 면적당 기록밀도 탓도 있지만 플래터 자체의 크기가 작은 탓도 있다.) 이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고용량화와 연결되고 있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소형화와 성능향상이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다음번 강좌에서는 CD-ROM 드라이브들의 배속에 'MAX'가 붙는 까닭과, 왜 등각속도 방식을 택해야만 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시면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