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사의 하드디스크 브랜드인 데스크스타 매입이후 고유의 하드디스크 제조능력을 접목시켜 고성능 하드디스크를 주로 선보여온 히다치의 부스는 TWTC Hall1 외국계기업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하드디스크 업계에서 유행을 한두발짝 앞서는 기술력을 과시해온 히다치는 컴퓨텍스에서도 1" 규격의 초소형 하드디스크등을 선보여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바이어와 매체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3.5", 2.5" 규격 하드디스크외에도 CF규격으로 사용이 가능한 1" 6GB 하드디스크인 Microdrivr 3K6을 발표하여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특수용도에 하드디스크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계층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특허획득을 통해 라이센스영업을 특기로 하는 히다치 제작소답게 대형 PDP를 활용한 오피스 솔루션의 구축이나 자사의 하드디스크등을 이용한 노트북 제품의 디자인 제시와 같은 대형업체 특유의 마켓리딩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모습은 지금까지 주로 해외시장에만 국한되어 한국의 소비자들은 히다치의 발전된 제품군을 만나기 힘들었다는 전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내시장에서 히다치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에는 아쉽게도 의구심이 없지않다.

주로 멀티미디어 관련 미니기기와 주변기기, 악세사리나 데이터케이블등 소모품이 주로 전시된 Hall 3는 대만내에서도 규모가 일정수준 이하인 업체들이 주로 모인 곳이었기에 4개 이상의 부스(3m x 3m 가 하나의 부스다)를 쓰는 업체가 손 꼽을 정도였다. 바로 그런 Hall 3에 국내에 뉴텍이나 삼보등에 OEM모니터를 공급한 것으로 유명한 SAMPO사의 맞은편에 SAMPO와 같은 규모로 꾸며진 부스가 하나 위치하였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스였다.

일반적으로 하드웨어 디바이스를 납품받아 전시하는 대형업체의 경우, 주로 Hall4 나 주변 호텔을 이용하였지만, 낮은 곳으로 임한 것인지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스는 전시중인 제품을 OEM이나 ODM 위주로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리잡은 Hall 3에 위치하여 격에 맞지 않은 위치선정으로 주요 매체로부터 의아하다는 평가를 주로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부스내에 전시된 모든 제품들은 같은 Hall 3내에 위치한 생산업체의 부스에서 똑같은 물건을 또 볼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측에서는 자사에 납품하는 업체들의 제품에서 임베디드 윈도우즈가 원활히 작동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중복전시를 피하기 위해 인텔과 AMD, ATI, NVIDIA등이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하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윈도우즈를 OS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모바일 장비가 전시된 공간이었지만, 동일한 제품이 생산업체의 부스에서 전시중이었던 탓에 마이크로소프트부스로의 방문은 적었다. 특히 Hall 3의 경우, 일반 관람객보다는 바이어의 발길이 더욱 잦은 편이었지만 개별제품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도우미들을 배치하여 바이어들이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이미 행사개막 이전부터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업체들이 주로 자리를 잡았음이 공표된 Hall 3였기 때문에 사전에 부스구성을 조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방문이 적은 편인 전시공간이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일반인들이 방문하여 시연대에서 기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후에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벤트는 일반인대상이라는 행사의 컨셉과는 상이하게 상당히 전문적인 브리핑이 있었으며, 컴퓨텍스의 꽃이라 할만한 일반인 대상의 경품행사도 전혀 없어 보도자료용 행사라는 느낌이 컸다.

인텔, AMD등 유명업체가 주로 몰려있었던 TWTC Hall 4 2층에는 네덜란드계인 세계적인 종합가전업체인 로얄필립스의 부스가 자리잡고 있었다. 행사장 초입부터 필립스 특유의 가전업체다운 세련된 부스구성이 일품이었던 탓에 일반인들도 상당수 참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컴퓨텍스에서 필립스는 주로 디스플레이에 큰 무게중심을 두는 형태로 부스를 구성하여 방문객들을 맞이하였다. 슬림형 LCD TV와 미디어환경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센터 PC등이 전시된 필립스 공간에서는 기능외에도 디자인이 가진 무형의 가치를 숙고해 볼 만한 제품군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필립스 부스에 있어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부스내에 배치된 직원들의 수준이 의심스러운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바이어대상이라면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한 기술분야나 영업분야 인력이 있어야 했지만 PR에 치중하는 행태가 곧잘 눈에 띄었으며, 그나마도 자기들끼리 유희를 즐기느랴 중동지역에서 방문한 방문객들을 주위에서 배회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위 포터블 구역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방문객이 지나간 이후 헝크러진 선반을 치우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제품의 세련된 디자인과는 달리 임직원들의 엉성한 행사진행이 눈총을 받았다.

일찌감치 메인보드 사업부문을 접고 Xpc와 같은 프리미엄급 베어본을 세계시장에 안착시킨 셔틀의 부스는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주로 모인 Hall 2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한 탓에 미려한 부스디자인과 뛰어난 성능과 외관을 두루 갖춘 제품이 무색하게 방문객이 타 업체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행사장 동쪽 구석에서 폭 2미터 정도의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있었던 셔틀의 부스는 바로 옆에 위치해 비슷한 여건에 처했던 DFI가 오버클럭대회등을 통해 사람을 이끌 때, 이와 버금가는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해 비교적 한가한 풍경을 연출하였다. 일반적으로 구석에 위치한 부스들이 바이어 영업에 치중하던지 아니면 부스걸이나 캠페인걸을 행사장 내에서 배회하게 만들어 부스 위치를 소개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지만, 셔틀에서는 오는 손님만 받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셔틀이 선보인 제품군들은 충분히 이슈를 끌 만한 잠재력을 품고 있어 아쉬움이 컸다. SLI 구성이 가능한 베어본과 기존 디자인컨셉을 계승하면서도 더욱 강력한 성능과 확장성을 겸비한 베어본 PC등을 두루 겸비하고 있는 셔틀의 라인업은 가히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바이어대상이든 일반인대상이든 모두 부스가 외진 곳에 있었고 따로 부스를 홍보하고자 하는 이벤트가 없어 특별히 셔틀부스를 보고자 찾아오지 않는다면 진면목을 알아보기 힘든 형편이었다.

TWTC Hall2 의 동쪽문에서 들어오면 정면이기는 하였지만, 바로 그 문으로 나갈 경우, 건물을 건축하기 위해 철제간판으로 통행을 막은 광할한 녹지대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대만세계무역센터에서도 외진 위치였기에 큰 효용은 없었다. (바이어대상 부스가 마련된 쇼핑타운인 '뉴욕뉴욕'이 근처에 있기는 하지만 이 곳의 주요동선은 북쪽으로 Hall 2와는 연계성이 떨어진다)

인적이 드문 편이었기에 셔틀의 뛰어난 제품군을 찬찬히 둘러보기에는 좋았지만, 열심히 개발한 좋은 제품을 널리 소개하기 힘들었다는 부분은 셔틀 스스로에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전공인 '부동산학'에는 다음과 같은 경구가 있다. 'Location, Location, Location. 셔틀부스를 돌아보며 새삼 머리속을 스친 것을 보면 옛날 감각이 아직은 살아있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