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사진을 찍기 위한 도구일 뿐 그 자체로는 큰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 카메라를 소유한 사람들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카메라 촬영지로 좋은 곳의 리스트가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카메라 촬영지로 적합한 장소를 출사지라고 한다. 출사지는 위치나 주변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출이나 일몰이 좋은 출사지, 폭포나 해변에 관한 출사지, 산성 등 문화재와 관련된 출사지 등 다양하다.

몇 가지 테마별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기 좋은 장소를 소개해 본다.

자유로
한강과 임진강의 강둑을 따라 시원스레 열려 있는 이 길은 한껏 속도를 올릴 수 있는 정말 '자유로운' 길이다. 총 길이 46.6km인 자유로는 3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행주산성을 왼쪽에 두고 완만한 커브 길을 돌면 행주대교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자유로라고 불린다.

자유로 나들이의 하이라이트는 오두산 통일공원이다. 남쪽에서 흘러드는 한강과 북녘에서 내려오는 임진강이 만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오두산에 세워진 통일전망대는 92년 9월 8일에 개관 되었다. 해발 140m의 높이에 자리 잡은 원형 전망실에서는 북으로는 개성의 송학산, 남으로는 여의도 63빌딩을 바라볼 수 있다. 통일공원에서 자유의 다리 입구에 있는 임진각까지는 17.6km정도 된다.

자유로는 드라이브 길로도 유명하지만, 자유로를 따라 달리면서 지켜보는 일몰 장면도 한층 멋스럽다.

청풍호반
드넓은 호수를 배경으로 한 일몰도 감흥을 주는데 대표적인 곳이 충주호이다. 충주호에 가면 산 그림자를 가득 담은 호반이 그림같이 펼쳐지는 환상의 드라이브를 만끽할 수 있다. 충주호 나들이의 백미는 충주호 중 제천시 청풍면에 속한 청풍호반이다. 제천에서 청풍으로 향하는 597번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한쪽으로는 기암괴석이 도열하듯 늘어서 있고 반대편으로는 드넓은 호반 이 펼쳐져 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선을 빼앗기곤 한다. 청풍호반을 끼고 달리는 도로변이나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 충주호리조트 등에서 호수를 붉게 물들이며 산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을 만날 수 있다.

청풍호반 주변의 볼거리로는 마치 금강산을 축소한 듯 날카로운 칼봉우리가 장관인 금월봉, ‘태조 왕건’에 이어 ‘제국의 아침’ 촬영장으로 쓰였던 KBS 촬영장 등이 있다.  

충추댐을 건설하면서 수몰될 뻔한 문화재들을 망설산 기슭에 옮겨놓은 청풍문화재단지 역시 놓쳐서는 안 될 곳이다.

화진포 (강원 고성)
강원도 지방 기념물 제 10호이자 겨울 철새 도래지인 화진포는 동해 최북단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화진포 보다 북쪽에 통일 전망대가 있지만, 일반인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은 화진포가 최북단이다.

화진포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해 이름 붙여진 화진포는 둘레 16Km의 동해안 최대의 자연호수이다. 넓은 갈대밭 위에 수 천 마리의 철새와 고니가 날아들고 울창한 송림으로 둘러싸여 주변 경관이 빼어나 옛부터 주변에 유명한 별장들이 많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별장과 이기붕별장, 북한의 김일성의 별장 등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 빼어난 주변 경관 속 아침 일출은 이곳의 절경 중에 하나다.

그밖에도 화진포의 주변에는 선사시대 유적으로 거진읍 화포리와 현내면 죽정리 등에 10개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 화진포 팔경이라 불리는 월안풍림, 차동취연, 장평낙안, 평사해당, 금구농파, 무운종성, 모화정각, 풍암귀범 등도 멋지다.

호미곶 (경북 포항)
행정구역상으로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보리에 속하는 이곳은 우리나라 전도를 놓고 보면 호랑이꼬리에 해당하여 '호미곶'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조선 명종 때의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는 한반도는 백두산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백두산은 호랑이 코,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기술했다.

호미곶은 뭍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다고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사실 울산 울주군 서생명 대송리 간절곶이 이보다 1분 먼저 뜬다. 새천년을 상징하는 손가락조형물 위로 솟는 일출장면은 널리 알려져 있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 십경 중의 하나로 호미곶의 일출을 꼽았다.

호미곶을 가려면 경주 보문단지에서 추령을 넘어 문무대왕릉을 지나가는 것이 좋다. 해안을 끼고 도는 912번 도로의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호미곶에는 바람이 강하여 지난 2001년 풍력발전기가 세워졌고, 1903년에 만들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등대와 1985년에 준공한 국내 최초의 등대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또한 호미곶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밀레니엄 광장에는 '상생의 손', '연오랑세오녀상' 등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볼거리도 적지 않다.

춘천 구곡폭포
구곡폭포는 강촌역에서 4km, 춘천에서 16km 떨어져 있다. 강촌역에서 음식점들이 즐비한 강촌리를 지나 1.2km쯤 가면 작은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말끔하게 포장된 아스팔트길을 2.5km 달리면 구곡폭포 유료 주차장이 있다.

맑은 물과 숲이 우거진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40m의 산허리를 가르며 떨어지는 구곡폭포가 나타난다. 물줄기가 아홉구비 돌아 떨어진다는 구곡폭포는 규모는 작으나 계곡과 수목이 잘 조화되어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물줄기 사이의 물보라는 주변 30m까지 퍼져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연중 수량이 일정하지 않아 가물었을 때는 그 본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겨울에는 물기둥이 빙벽으로 얼어붙어, 하늘로 솟은 장엄한 물기둥처럼 보인다. 이때 빙벽을 타려는 등반인의 모습도 보이고, 이들을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경북 보경사 내연산폭포
내연산 들머리 오른쪽에 조용히 자리잡은 보경사는 신라 진평왕 25년(602)에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지명법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다. 절 이름은 지명이 귀국할 때 가져온 팔면경이라는 신비한 거울을 내연산 아래 큰 연못에 묻고 그 위에 법당을 세운데서 유래한다.

보경사 계곡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본격적인 내연골이다. 내연골에는 모두 12개의 폭포가 있다. 쌍생폭포를 시작으로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 무풍폭포, 관음폭포, 연산폭포, 은폭포, 복호1폭포, 복호2폭포, 실폭포, 시명폭포가 그것이다.

맑은 계류를 텀벙거리며 오르다 보면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 쌍생폭포다. 세 길 높이에서 가운데 바위를 사이에 두고 두 줄기로 쏟아져 내리는 이 폭포의 물줄기는 마치 빨랫줄에 널어놓은 깨끗한 기저귀처럼 눈부신 모습이다. 쌍생폭포를 지나 나타나는 보현폭포, 삼보폭포의 소담스런 크기는 바라볼수록 물 속으로 빨려들 것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내연골의 생명력 넘치는 비경은 잠룡폭포에서 20여분 오르면 만나는 관음폭포와 연산폭포에서 절정을 이룬다. 내연골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음폭포와 연산폭포의 절경까지 보고 되돌아가는 것으로 내연골을 다 둘러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계곡으로 들어가 내연골의 다른 폭포들을 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