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쾌적하고 안락한 홈 멀티미디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가지 장치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당장 하루에도 수십번 문자를 보내고 통화를 하는 핸드폰부터 이러한 홈 멀티미디어 환경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 디지털이라는 틀에 묶여 있는 모든 가전기기들이 홈 멀티미디어 환경의 멤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이런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을 도대체 어떤 기기가 규격화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TV와 셋톱 박스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지금까지 가정에서의 멀티미디어의 왕자는 TV였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TV는 우리 생활에 깊숙히 자리 잡았다. 아이부터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TV를 켜고 채널을 돌려 원하는 방송을 볼 줄은 안다.

그러나 우리는 가정에서 이제 더 많은 멀티미디어 환경을 구축하길 희망하고 있다. 친구들이 놀러오면 큰 화면에 일전에 찍었던 사진도 보여주고 싶고,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게 디지털 방송을 녹화해 보고 싶기도 하며, 인터넷이나 메신저 등도 아주 편하게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TV에 이 많은 기능들을 일일히 하나 하나 넣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결국 우리는 디지털 포멧에 익숙한, 아니 디지털 포멧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PC를 떠올리게 된다. PC는 태생적 특성상 매우 수렴적(컨버전스)이어서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형태의 멀티미디어를 구동시킬 수 있는 표준(윈도우즈와 같은)이 이미 마련되어 있고, 다행히도 그 성능은 나날히 발전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홈 멀티미디어 서버의 개념이 생겨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의 디지털 기기들이 별도의 통로와 규격을 통해 서로 다른 파일(?)을 사용했다면 이제 홈 멀티미디어 환경에서는 일반 네크워크와 마찬가지로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개념이 도입된다.

홈 멀티미디어 서버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을 통합할 수 있는 수렴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마치 거실에 있었던 오디오에서 FM 튜너나 테이프 데크, 비디오 플레이어, LD 플레이어 그리고 스피커 등을 모두 연결해 하나로 제어하는 AV 앰프의  역할과 특징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PC가 멀티미디어 기기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음악, 비디오 등의 수요에 대해 이를 디지털화하고 규격화하여 쉽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렴성과 함께 수렴된 모든 데이터를 알맞게 저장하고 쉽게 꺼내볼 수 있게 하는 저장 능력이나 저장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여 한기기에서 다른 기기로 전달해줄 수 있는 막강한 처리 능력이 역시 중요하다. PC는 원래 데이터를 저장하고 실시간으로 처리하는게 주임무이자 특기였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으리라 생각된다.

단순한 계산과 결과값을 출력을 하는 목적으로 태어난 PC는 이제 좋은 음질과 화질을 갖춘 멀티미디어 기기를 넘어서 홈 멀티미디어의 중추를 담당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춰 나가고 있다. 홈 멀티미디어 환경이 도래하기 이전까지 가전과 PC는 별개의 기기였지만, 이제 그 둘은 서로 공생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동반자가 되어 가고 있다. TV는 PC의 머리와 기억장치를 빌려 다양한 형태의 멀티미디어를 보여주고 싶어하고, 반대로 PC는 TV의 대형 화면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싶어한다.

공생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반대로 PC 메이커와 가전 메이커가 서로 홈 멀티미디어 시장의 주도권권을 쥐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는 말도 된다. 최근 주요 가전 메이커들은 기존 셋톱박스에 홈 멀티미디어를 위한 기능을 대폭 추가시켜 홈 멀티미디어 서버로 출시하고 있고, 아예 새로운 개념의 홈 멀티미디어 서버 제품을 출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가전에서의 접근이 사용자들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이렇게 손쉬운 접근만큼 PC에 비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기에는 아직 그 한계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완전한 홈미디어 서버 시장이 도래하기 이전까지 PC가 가정의 모든 디지털 기기들을 지배하고 통합하게 되는 이른바 홈 멀티미디어 서버가 되리라는 것에 크게 이견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전세계에 출시된 모든 가전기기가 하나의 인터페이스와 하나의 구동 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개념을 도입하지 않고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생활이 가능하겠지만, 그건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결국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할 것이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기기가 바로 PC인 것이다.

앞으로 홈 멀티미디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시대가 도래하면 홈 멀티미디어 서버는 가전기기의 중심에 놓이게 될 것이며, 모든 가전기기를 콘트롤하고 이에 따라 생산되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파일들을 저장하는 저장소가 될 것이다. 현재 홈미디어 셋탑박스를 비롯한 다양한 홈 멀티미디어 서버용 기기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개념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좀 더 쉽고 좀 더 성능 좋은 전용 기기들이 쏟아질 때까지는 PC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임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