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HDMI와 최신 버전인 HDMI 1.3에 대한 여러가지 내용들을 살펴보았는데, HDMI가 있는 주변을 항상 서성이고 있는 것이 바로 HDCP이다. 이미 테크노아는 아래 링크의 기사를 통해 HDCP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전달한 바 있다. 한마디로 말해 HDMI는 커넥팅 규약 및 커넥터 표준이며 HDCP는 컨텐츠 보호를 위한 암호화 기술이다. 이 둘 간에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

• [2006년 2월 23일] HDCP가 뭐길래, 왜들 호들갑이야?

HDCP(High-bandwidth Digital Content Protection)는 앞으로 일반화될 1920x1080 HD 해상도의 영상 컨텐츠에 탑재될 복제 방지 시스템으로, DVD에 이어 다가오는 블루레이 디스크나 HD-DVD에도 필수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주창되고, 오늘 이야기한 HDMI의 규격을 제정한 실리콘 이미지사에 의해 개발된 HDCP는 적용되는 HD 컨텐츠 및 재생 기기에 암호화 기술을 탑재해 서로간의 코드를 확인함으로서 컨텐츠의 불법 생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다.

HDCP가 앞으로 다가올 HD(High Definition) 영상 시대에 컨텐츠를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할 것으로 많은 컨텐츠 업체들, 특히 헐리우드의 많은 영화사들은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역으로 지금까지 주로 컨텐츠를 복사해 사용하던 대다수의 일반 유저들에게는 크랙하여 돌파해야 할 또하나의 벽으로 인식되고 있다.

자칫 HMDI는 단순한 커넥터이고 HDCP는 암호화 기술이므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둘 간에는 아주 밀접하고 직접적인 연결체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 둘을 만들어낸 실리콘 이미지사다.

예를 들어보자. HDMI 커넥터는 USB처럼 매우 편리한 연결을 지원하고 앞서 두루 살펴본 바와 같이 고해상도와 손실없는 음향도 제공한다. HD 플레이어에 HDMI 커넥터가 달리면 그 플레이어의 안쪽에는 실리콘 이미지사의 HDMI TMDS 칩셋이 박히게 된다. 이 실리콘 이미지사의 HDMI TMDS 칩셋에는 HDCP 기능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영화사나 게임사들은 앞으로 출시될 블루레이 디스크나 HD-DVD 등에 HDCP 암호를 넣어두고 출시하게 된다. 소비자들인 이 미디어를 HD 플레이어에 넣고 감상하게 되는데 이때, 미디어와 HD 플레이어에 있는 HDCP 코드가 일치해야만 감상이 가능해진다.

PC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포스 8800과 같은 그래픽 카드에는 하드웨어 칩셋 형태의 HDCP롬이 기본 장착되어 출시되고 있으며, HDMI 커넥터를 가진 그래픽 카드들은 역시 실리콘 이미지사의 HDMI TMDS 칩셋을 장착하고 있다. 블루레이 디스크에서 영화나 게임 등을 실행할 때도 마찬가지로 HDCP 코드는 일치해야 한다.

핵심은, 가전과 PC를 막론하고 HDMI 커넥터가 장착되는 곳에는 실리콘 이미지사의 HDMI TMDS 칩셋이 장착되며, 이 칩셋에는 HDCP 롬(하드웨어)이 기본 내장되어 있다. 영화사나 게임사는 블루레이 디스크나 HD-DVD를 통해 미디어를 출시할때 HDCP 코드를 넣게 되고 결국 HDCP 기능이 활성화된다.

따라서 영화나 게임등이 다른 디스크를 통해 복사되면 HDCP 코드가 틀려지고 HDCP 코드가 일치되지 않으면 재생이나 실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영화사나 게임사는 자사의 컨텐츠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보호 장치는 항상 크랙이 존재해왔으며, 크랙되지 않는 보호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HDMI가 채용되는 추세를 보면 과거 USB가 등장하던 때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C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PS/2 방식이나 시리얼 포트 방식의 키보드와 마우스, 패러럴 방식의 프린터, 스캐너 등이 사용되었지만 USB의 등장으로 모든 규격이 USB로 통일됐고(애플이 이끌었던 IEEE1394는 사실상 USB에 판정 패했다), 이제는 대부분의 PC가 8~10개의 USB 포트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HDMI가 등장하면 혹은 USB처럼 거의 모든 기기들이 HDMI 커넥터를 장착하고 대부분의 커넥터가 HDMI로 바뀌게 되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DVI를 비롯해, 컴퍼넌트, 옵티컬/동축 단자, S-VHS 등 현재 득세하고 있는 대부분의 커넥터들이 지금 PC의 시리얼과 패러럴 포트 신세가 될 것이다.

HDMI를 정의했던 'HD급 영상과 사운드롤 간단한 케이블 하나로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커넥터'라는 개념에 대해 이제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갖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개될 HDMI의 세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HDMI의 등장은 HD화질이나 무손실 음향의 전달, 커넥터의 단순함을 넘어서 가전과 PC 그리고 디지털 디바이스가 손쉽게 결합되는 컨버전스의 핵심이 된다는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트루 HD 해상도의 디지털 TV,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 차세대 콘솔 게임인 플레이스테이션3, 최고의 3D 성능을 가진 PC, 천만화소짜리 DSLR 카메라, 7.1채널이 지원되는 최신형 AV리시버 등을 서로 연결한다고 생각해보자. 연결해야될 케이블의 종류, 숫자, 구성 등등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HDMI는 이 모든 것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디지털 TV에 DSLR 카메라를 연결하면 찍힌 사진이 바로 디지털 TV에 나타난다. 아니면 플레이스테이션 3에 최신 블루레이 디스크 타이틀을 넣고 1920x1200 해상도가 지원되는 최신 24인치 모니터에 바로 연결해 HD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무엇이 가전이고 무엇이 PC인지 게임기인지 ..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다.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의 핵심은 긱종 정보와 멀티미디어를 자유롭게 통합시킬 수 있는 기술, 규격, 기기의 융합이며, 근 미래의 가전과 PC 시장에서 우리는 그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HDMI는 그 문을 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