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PC에서 사용하는 그래픽 카드는 내부적으로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원리는 매우 단순하다. 내가 3D 게임 안에서 칼을 들고 적을 무찌르기 위해서 칼을 휘두를 때만 생각해본다면 칼 모양으로 점을 찍고 점을 이어 면을 만들고 그면을 채워 좌표를 이동시켜 움직이게 하면 된다.

실제로 집에서 보는 대부분의 3D PC 게임은 이런 매우 단순한(?) 구조로 돌아가지만, 이러한 결과물을 창조해 내기 위한 과정은 실로 엄청난 리소스가 투입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눈을 현혹시키는 질감 좋은 마치 실제와 흡사한 화면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개발자들은 웍스테이션을 가동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단순히 PC 게임만 봐도 엄청난 리소스가 투입되지만 큼지막한 산업을 움직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PC 게임의 리소스는 새발의 피라 볼 수 있다. 예를들어 자동차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설계할때 실제와 똑같은 크기로 자동차를 설계할때를 생각해보면, 실제 크기와 똑같은 크기의 3D 자동차를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그래픽 파워가 필요할까? 요즘 유행하는 2시간짜리 3D 에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몇 GB의 3D 데이터가 소요되는가?

과거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지금은 시장을 평정해 버린 엔비디아가 산업용 그래픽 카드인 쿼드로를 내놓을 당시만 하더라도 ATI의 파이어GL 시리즈나 3DLabs의 와일드캣과 같은 쟁쟁한 산업용 그래픽 카드들이 이러한 그래픽 파워와 3D 데이터를 생산해내던 추축이었다.

예를들어 ATI가 최초의 다이렉트X 9.0 그래픽을 지원하는 R300(레이디언 9700) GPU를 내놓았을때만 하더라도, 이미 산업용 그래픽 쪽에서는 이 R300 4개를 묶어 사용하고 있었다. 영국의 비쥬얼 시뮬레이션 업체인 E&S(Evans & Sutherland)는 OpenSim 6000q라는 그래픽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출시했는데 이 제품이 바로 R300 GPU 4개를 장착한 산업용 그래픽 시스템이었다.

당시 엔비디아의 쿼드로 FX 3000 시리즈 역시 산업용 그래픽을 타겟으로 꾸준히 제품을 출시하고 있었지만 쿼드로 FX 시리즈는 단일 그래픽 카드를 젠락이나 프레임락과 같은 엔비디아 독자적인 기술로 연결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여러개의 GPU를 원하는대로 연결해 사용하기에는 매우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출시된 쿼드로 그래픽 카드는 항공, 지리, 자동차, 영화 산업 등에서 사용되는 각종 소프트웨어에 적절히 대응할만한 좋은 솔루션임에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같은 GPU가 사용된 그래픽 카드지만 쿼드로는 지포스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에서 훌륭한 성능을 낸다. 여기에 젠락이나 프레임락과 같은 멀티 어레이 기술이 합쳐져 고해상도에서 고정밀도를 요하는 3D 솔루션에는 천하무적이었다.

젠락(Genlock)은 특수 영상 효과, 방송, 작곡, 편집 장비들에 하우스 싱크(House Sync)라는 전체적인 동기 신호를 공급해주는 기능이며, 프레임락(Framelock)은 다수의 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해 실물 크기의 대형 그래픽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그러나 쿼드로 솔루션의 한계는 바로 시스템에 따라 큰 제약을 받는다는 점인데, 쿼드로 그래픽 카드를 사용해도 수평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따른다. 젠락이나 프레임락과 같은 멀티 어레이 기술을 이용하더라도 하나의 시스템에 장착될 수 있는 숫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좀 더 높은 GPU 파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시스템 자원이 소모되었던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