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개최된 ATI Radeon HD 2000시리즈의 기자 간담회에서는 2400과 2600을 포함한 전 라인업이 공개되었는데, 이는 출시시기가 경쟁사인 NVIDIA의 GeForce 8 시리즈에 비해 상당히 늦었기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차세대 API인 마이크로소프트의 DirectX 10을 지원하는 ATI의 첫 그래픽카드 라인업으로도 HD2900은 큰 의미를 가진다. DirectX는 버전이 업데이트되며 여러 부분에서 변화가 있어왔고, 그 주된 내용은 그래픽카드의 코어에서 담당하는 부분을 늘려 CPU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과, 보다 높은 자유도로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과거 DirectX 7에서는 T&L(Transform&Lightning)을 CPU가 아닌 그래픽카드에서 담당하게 하여 CPU의 부담을 큰 폭으로 줄였으며, DirectX 8에서는 정점(Vertex) 프로세싱과 픽셀(Pixel) 프로세싱을 기존의 고정된 파이프라인을 통한 처리에서 각각 버텍스 셰이더(Shader)와 픽셀 셰이더로 처리하는 셰이더 모델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DirectX 9에서는 DirectX 8의 셰이더 모델 1.0에서 보다 강화된 셰이더 모델 2.0과 3.0을 차례로 도입하며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명령어의 수를 1.0의 12개에서 2.0에서는 96개, 2.0b에서는 1536개였으며, 3.0에서는 무제한으로 그 폭을 넓히며 보다 사실적인 3D 구현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더구나 DirectX 10에 와서는 다시 여러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 중 구조적인 변화가 바로 셰이더 모델 4.0의 업그레이드와 픽셀 셰이더와 버텍스 셰이더가 통합된 통합 셰이더 아키텍쳐(Unified Shader Architecture)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이 통합 셰이더 아키텍쳐에서는 고정된 파이프라인에 픽셀/버텍스 셰이더 유닛이 각각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분배 가능한 셰이더 유닛(스트림 프로세서 : Stream Processor)이 존재하며, 개발자가 임의로 그 용도를 할당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존 DX9와는 달리 버텍스 셰이더와 픽셀 셰이더에 각각 부하가 편중될 때 전체 렌더링 속도가 영향을 받던 것과는 달리, 상황에 따라 유연한 분배가 가능해 연산할 때 발생하는 오버헤드(Overhead)를 줄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GPU를 활용할 수 있다.
　

HD 2900XT에서 쓰인 R600 GPU는 320개의 스트림 프로세싱 유닛을 탑재하고 있으며, 이는 각 80개로 이뤄진 4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AMD로서 이와 같은 통합 셰이더 구조는 HD 2000시리즈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MS의 콘솔 게임기인 XBOX360에 쓰인 XENOS가 통합 셰이더 구조를 가진 첫 GPU였으며, AMD에서는 HD 2000시리즈의 그것을 ‘2세대’ 통합 셰이더 구조로 부르고 있다.
　

또한, HD 2600과 HD 2400 역시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를 쓰며, 각각 줄어든 스트림 프로세서와 텍스쳐 유닛이 성능의 차이를 나타낸다. 텍스쳐 유닛 역시 4개를 가지고 있으며, 각 텍스쳐 유닛은 8개의 텍스쳐 어드레싱 프로세서, 20개의 텍스쳐 샘플러와 4개의 텍스쳐 필터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모리 버스도 변화한 부분 중 하나이다. ATI는 NVIDIA가 GeForce 8 시리즈까지도 기존의 크로스바(Cross Bar)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는 달리 일찌감치 링버스(Ring Bus) 구조를 도입했었다. 크로스바 구조의 경우 GPU에 포함된 메모리 컨트롤러를 중심으로 많은 회선이 방사상으로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PCB상에 회선이 밀집되고, 경로 설정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 링버스 인터페이스로, 링버스 인터페이스는 종전처럼 메모리가 바로 GPU와 연결되지 않고, 주위를 둘러싸는 환형의 링버스를 따라 위치한 링스탑(Ring Stop)을 통해 연결된다.

ATI는 HD 2000 시리즈 이전에도 이미 Radeon X1000 시리즈에 종전의 GPU에 버스가 집중되는 크로스바 구조를 탈피해 부분적인 링버스 인터페이스를 이용했지만 HD 2000 시리즈에서는 완전한 링버스 구조를 쓰기 시작했다.

HD 2900에 사용된 링버스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동작하는 2개의 512Bit 버스로 구성되며, 각 64Bit 메모리채널 2개를 가지는 링스탑 4개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양방향 512Bit라는 넓은 대역폭 구성이 가능하다.

또한, Radeon HD 2000은 AVIVO HD 기술을 써서 멀티미디어 활용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AVIVO 기술은 ATI의 전세대 그래픽카드 라인업에도 이미 적용되었지만 Blueray나 HD-DVD 등 고용량 매체의 등장으로 미디어파일의 비트레이트가 증가하면서 CPU의 부담이 다시금 가중되기에 GPU의 활용 빈도를 더욱 높인 것이다. 이를 위해 추가된 UVD(Universal Video Decoding) 유닛은 기존엔 CPU가 담당하던 Bitstream Processing 및 Entropy Decoding 단계까지 GPU가 담당해 CPU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H.264뿐 아니라 VC-1 코덱 역시 BSP 단계에서까지 가속 가능한 것은 NVIDIA의 G84 코어에 탑재된 Purevideo HD에 비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지원 강화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Radeon HD 2000 시리즈 GPU들은 이 외에도 HDCP를 위한 키롬을 GPU 자체에 담겨 있어 별도 옵션으로 키롬을 탑재하는 일 없이 HDMI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기기들과의 연결이 가능하다. 더불어 별도의 오디오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어 연결시 사운드를 별도로 입력 받을 필요 없이 완벽한 HDMI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